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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연애박사>
드라마 <연애박사>

 

 좋아하는 감독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기대를 품었다가, 그 작품이 유작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먹먹함은 꽤 오래 남습니다. 2026년 10월 5일 첫방송을 시작한 ENA 드라마 '연애박사'가 저에게 꼭 그런 작품입니다. 안판석 감독이 모든 촬영과 편집을 마친 뒤 뇌출혈로 별세하시면서, 이 12부작 드라마는 그분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습니다.



1. 안판석 감독의 유작이 된 사연

 안판석 감독하면 저는 자동으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떠오릅니다. 그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 남녀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인식해 가는 방식이 너무나 현실적이라 몇 번을 되감아 봤습니다. '밀회', '봄밤', '풍문으로 들었소', '하얀 거탑'까지 그분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다 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거창한 사건 없이도 인물의 감정 변화 하나로 화면이 꽉 찬다는 것입니다.

'연애박사'는 배우 추영우와 김소현이 출연하는 12부작 드라마로, 채널 ENA에서 방영 중입니다. 안판석 감독은 이 작품의 모든 촬영과 후반 작업을 마무리한 뒤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결국 방영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서 첫 화를 켰을 때, 화면에 흐르는 따뜻한 색감 하나하나가 달리 보였습니다.

유작(遺作)이란 작가나 창작자가 사망한 뒤에 세상에 남겨진 작품을 뜻합니다. 단순히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을 넘어서, 감독이 더 이상 그 반응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이 보는 내내 마음 한켠을 무겁게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드라마가 그분이 줄곧 해온 방식, 즉 평범한 일상 안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감정을 담았다는 사실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요약: 안판석 감독은 '연애박사'의 촬영과 편집을 모두 마친 뒤 별세하였고, 이 작품이 그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2. 박민재라는 인물을 응원하게 된 이유

 드라마 속 박민재는 원래 수영선수였습니다. 그런데 골육종(骨肉腫, Osteosarcoma)이 발견됩니다. 여기서 골육종이란 뼈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10대~20대 젊은 층에서 비교적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암의 일종입니다. 수술 이후 한쪽 다리를 잃은 민재는 선수의 꿈을 내려놓고, 전혀 다른 영역인 로봇공학으로 방향을 틀어 지금은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 설정을 보고 처음에는 "드라마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면 이게 얼마나 무거운 이야기인지 금방 실감이 됩니다. 암을 이겨낸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자기 존재를 규정하던 것, 즉 수영을 완전히 잃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싸움입니다.

게다가 민재는 암이 완치 판정을 받은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정기적으로 암 검진을 받습니다. 암 재발(癌 再發, Cancer Recurrence)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암 재발이란 치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종양이 다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며, 골육종의 경우 출처: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치료 종료 후에도 5년 이상 정기 추적 관찰이 권고됩니다. 완치라는 말이 곧 끝이 아닌 셈입니다. 그 불안을 품고도 연구실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민재가, 저는 드라마 캐릭터임에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요약: 골육종으로 다리를 잃고 로봇공학으로 전향한 박민재는, 재발 불안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일궈가는 인물입니다.

 

3. 임유진의 선택,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기류

 임유진은 의류학과 수석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취업이냐 대학원이냐를 놓고 갈등합니다. 결국 대학원에 진학하지만, 그 안에서 성추행 사건을 목격하고 피해자를 도우려다 교수로부터 파문을 당합니다. 사과를 강요받아도 굽히지 않고 스스로 등을 돌리는 장면은, 보는 저도 속이 시원하면서 동시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런 선택이 현실에서 얼마나 큰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인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그 뒤 유진은 오랜 관심사였던 기계공학, 특히 로봇공학으로 전공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이른바 전공 전환(Career Pivot)으로, 기존에 쌓은 전문 지식 기반을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분야로 이동하는 선택입니다. 민재는 유진의 이 결심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준비 없는 열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아는 사람처럼, 유진의 진심부터 확인하려 합니다. 저는 이 지점이 안판석 감독 특유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이 단번에 폭발하지 않고, 서로를 천천히 검증하는 시간 속에서 조용히 변해갑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치는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민재가 검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이후 연구실 동생들이 주선한 소개팅 자리에서 또 얽히고, 결국 유진이 민재의 연구실에 합류하면서 관계가 본격화됩니다. 우연이 반복되면서 필연이 되는 구조, 이것도 안판석 감독이 즐겨 쓰던 방식입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는데, 이번 작품에서 다시 그 감각을 만나니 반가우면서 묘하게 울컥했습니다.

  • 유진: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교수와 결별 → 로봇공학 전공 전환 결심
  • 민재: 유진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과 기회를 단계적으로 마련
  • 두 사람의 관계: 우연한 만남의 반복 → 연구실 합류 → 감정의 심화
요약: 유진의 파격적인 전공 전환과 민재의 냉철한 검증 과정이 두 사람의 감정을 서서히 깊어지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4. 안판석 감독 스타일로 보는 '연애박사'

 안판석 감독의 드라마를 처음 접한 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였는데, 그 이후로 필모그래피를 역순으로 따라가며 다 찾아봤습니다. '봄밤'을 볼 때는 두 주인공이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 하나에도 감정이 실려 있어서, 뭔가 대단한 사건이 없는데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 감독의 드라마가 좋은 이유를 말로 설명하려 하면 늘 막막한데, 제 경험상 이건 "뭔가 특별한 연출"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과장하지 않아서"에 가깝습니다.

내러티브 완성도(Narrative Completenes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이야기가 시작과 끝 사이에서 인물의 변화와 관계의 흐름이 빠짐없이 설득력 있게 채워진 상태를 뜻합니다. 안판석 감독의 작품들은 이 측면에서 일관된 강점을 보여왔습니다. '연애박사' 역시 민재와 유진의 관계가 처음 만남부터 연구실 합류, 그리고 서툰 감정의 발현까지 빈틈없이 쌓아가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연애박사'를 두고 "결국 흔한 로맨스 아니냐"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골육종 이후 10년을 살아온 민재의 불안, 부당함에 맞서다 모든 것을 잃은 유진의 선택이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가는 걸음이 단순한 설렘 이상의 무게를 가집니다. 드라마 속 로맨스를 연구한 국내 미디어 연구에서도, 장애나 질병 서사가 결합된 로맨스물이 시청자에게 감정적 공명을 더 깊게 준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제 경험으로도 그게 맞습니다. 아픔을 가진 인물이 사랑을 선택하는 장면은 유독 오래 남습니다.

요약: 안판석 감독 특유의 과장 없는 감정 연출이 '연애박사'에서도 이어지며, 두 주인공의 아픔이 로맨스에 깊이를 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애박사' 언제부터 방영하나요?

A. 2026년 10월 5일부터 채널 ENA에서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총 12부작으로, 추영우와 김소현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안판석 감독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Q. 주인공 박민재가 다리를 잃은 이유가 뭔가요?

A. 원래 수영선수였던 민재는 골육종 진단을 받아 수술 과정에서 한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골육종은 뼈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수술 이후에도 재발 가능성 때문에 정기 검진이 필요한 질환입니다. 이 배경이 민재의 불안감과 감정선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됩니다.

 

Q. 임유진은 왜 대학원을 그만두게 되나요?

A. 대학원 재학 중 성추행 사건을 목격하고 피해자 편에 서면서 지도 교수와 갈등하게 됩니다. 교수로부터 사과와 침묵을 강요받지만 유진은 이를 거부하고, 결국 파문을 당해 대학원을 떠납니다. 이를 두고 무모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 결정이 유진이라는 인물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Q. 안판석 감독의 다른 작품도 비슷한 분위기인가요?

A. '밀회', '봄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이 대표작인데, 공통적으로 극적인 사건보다 인물 간의 감정 변화에 집중하는 스타일입니다. 자극적인 전개를 기대하면 다소 밋밋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제 경험상 한 번 그 감각에 익숙해지면 다른 드라마가 오히려 과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결론

 '연애박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보고 있습니다. 그 무게가 가볍지 않습니다. 민재가 10년을 살아오며 안고 다닌 불안, 유진이 모든 것을 걸고 한 선택,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조용히 서로에게 기대기 시작하는 과정을 안판석 감독 특유의 방식으로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정리하면, 자극적인 반전이나 급격한 감정 폭발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느림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봅니다. 안판석 감독이 마지막으로 남긴 이 작품을, 천천히 음미하며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viI14dUOx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