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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며느라기
드라마 <며느라기>

 

 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저는 묘하게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즐거운 명절임에는 틀림없는데, 해마다 반복되는 장면들이 자꾸 머릿속에 걸립니다. 오래전에 봤던 드라마 《며느라기》를 이번 추석을 앞두고 다시 꺼내 봤습니다. 처음 볼 때보다 훨씬 더 현실로 느껴졌고, 웃으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계속 남았습니다.

 


1. 며느라기란 무엇인가 — 드라마가 포착한 현실

드라마 《며느라기》에는 '며느라기'라는 독특한 개념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며느라기란, 시댁으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희생과 헌신을 반복하게 되는 며느리의 심리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자발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구조적으로 강요된 순응'입니다. 주인공 사린이 시어머니 생신상을 자진해서 차리는 장면이 그 시작인데, 처음에는 스스로 원해서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게 당연한 역할로 굳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저도 꽤 놀랐습니다.

일반적으로 명절이나 가족 행사에서 여성이 주방을 맡는 건 '원래 그런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희 집도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는데, 남자들이 거실에서 TV를 보는 동안 주방에서는 여자들만 분주한 풍경이 아직도 이어집니다. 드라마가 과장한 게 아니라 그냥 현실을 찍은 거였습니다.

가부장제(家父長制)라는 표현이 여기에 딱 맞습니다. 가부장제란 남성이 가정과 사회의 중심 권위를 갖고, 여성의 역할은 그 아래에서 규정되는 사회 구조를 말합니다. 드라마 속 사린이 마주하는 상황들은 이 구조가 명절이라는 시간에 얼마나 선명하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줍니다. 출처: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명절 가사노동의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된다는 인식은 아직도 상당수 가정에서 유효하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 며느라기: 시댁의 인정을 바라며 무의식적으로 헌신하게 되는 며느리의 심리 상태
  • 가부장제: 남성 중심의 권위 구조가 여성의 가사 역할을 당연시하는 사회 시스템
  • 명절 가사 편중: 여성에게 집중되는 노동이 '자발적 선택'으로 포장되는 패턴
요약: '며느라기'는 단순한 드라마 용어가 아니라, 가부장제 구조 속에서 여성의 헌신이 당연시되는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낸 개념입니다.

 

2. 차례상 반기 — 통쾌함과 씁쓸함 사이

드라마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첫째 며느리가 제사상 앞에서 던진 한마디였습니다. "저는 왜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편 조상의 차례상을 차려야 하나요?" 아무도 쉽게 꺼내지 못하던 말을 드라마 속 며느리가 먼저 해버린 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저 장면에서 통쾌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꼈는데, 통쾌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현실에서 저런 말을 실제로 할 수 있는 며느리가 얼마나 될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역할 고착화(役割固着化)라는 개념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역할 고착화란 특정 성별이나 집단에 부여된 역할이 반복을 통해 '당연한 것'으로 굳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린이 한 번 상을 차리고 나자 그다음부터는 당연히 사린이 해야 하는 일로 전제되는 흐름, 바로 그게 역할 고착화입니다. 제가 직접 주변에서 봐온 장면들과 너무 닮아 있어 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속 남편 구영의 모습도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입니다. 적극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렇다고 아내 편을 선뜻 들지도 않는 수동적인 태도. 나중에 구영이 아내 사린의 편에 서고 함께 각서를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솔직히 '저 남편은 거의 유니콘 수준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에서 저렇게 변화하는 남편을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주변 사례들을 떠올리면 더 그렇습니다.

출처: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의 약 3배에 달합니다. 드라마의 설정이 과장이 아니라 통계로도 증명된 현실이라는 뜻입니다.

요약: 드라마 속 며느리의 반기는 통쾌하지만, 현실에서 그 말을 실제로 꺼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생각하면 씁쓸함이 더 오래 남습니다.

 

3. 명절 갈등, 결국 지금 옆에 있는 사람 문제

드라마 《며느라기》가 후반부에서 보여주는 방향은 꽤 현실적입니다. 사린은 시댁의 관습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남편 구영과 함께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갑니다. 제사 이후 구영이 이틀간 집안일을 한다는 각서,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약속. 작은 것 같아도 이게 실질적인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걸 드라마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제사나 차례를 크게 지내지 않습니다. 다 같이 모여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을 함께 만드는 방식으로 명절을 보냅니다. 그런데도 명절마다 서운함이 쌓이고, 작은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틀어지는 일은 여전히 있습니다. 조상을 모시기 위해 모인 자리인데, 정작 지금 눈앞에 있는 가족끼리 상처를 주고받는 건 아이러니입니다.

부부 갈등 조정(調停) 측면에서 보면, 드라마 속 각서 작성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닙니다. 갈등 조정이란 당사자들이 감정을 가라앉히고 구체적인 역할과 기대치를 명확히 합의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구영과 사린의 각서는 그 형식이 유치해 보여도 내용상 이 조정 과정을 실제로 밟은 겁니다. 제 경험상 이런 명시적 합의가 없으면 같은 갈등이 다음 명절에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조상 덕 본 사람은 명절에 해외여행 가고, 조상 덕 못 본 사람은 명절에 모여 싸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제가 듣기에는 꽤 날카로운 풍자입니다. 돌아가신 분을 마음으로 기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옆에 앉아 있는 가족에게 잘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더 커집니다.

요약: 명절 갈등의 핵심은 조상 의례 자체가 아니라, 지금 옆에 있는 가족 사이의 역할과 감정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4. 자주 묻는 질문

Q. 며느라기라는 단어가 실제로 있는 말인가요?

A. 며느라기는 드라마에서 사용된 신조어 성격의 표현입니다. 시댁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헌신하게 되는 며느리의 심리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기존 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아닙니다. 다만 이 개념이 담아내는 현실은 드라마를 본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널리 퍼진 표현입니다.

 

Q. 명절마다 가족끼리 싸우는 게 왜 반복되는 건가요?

A. 일반적으로 명절 갈등은 단순한 성격 차이 때문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역할 기대치가 명확히 합의되지 않은 채 매년 같은 구조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를 기대하는지를 사전에 이야기하지 않으면 같은 갈등이 다음 명절에도 그대로 재연됩니다.

 

Q. 드라마 며느라기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드라마 《며느라기》는 카카오TV에서 제작·공개된 웹드라마입니다. 유튜브에서도 일부 에피소드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가볍게 보기 좋은 분량이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Q. 며느리 입장에서 명절 갈등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A. 드라마 속 사린처럼 정면 충돌보다 부부 간의 사전 합의가 현실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명절 전에 역할 분담, 체류 시간, 기대치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감정이 쌓인 자리에서 꺼내는 것보다 평소에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부드럽게 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5. 결론

드라마 《며느라기》를 다시 보면서 제가 느낀 건, 이 드라마가 특정 누군가를 악인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시어머니도, 남편도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오래된 구조 안에서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 구조에 처음으로 질문을 던지는 사린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그 불편함 자체가 이 드라마가 노린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절은 가족이 모이는 시간입니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마음으로도 충분히 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지치지 않도록 함께 나누는 것, 그게 더 오래 기억되는 명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가족과 역할 분담을 한 번쯤 이야기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_mFjnzcN5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