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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마이프렌즈
드라마<디어마이프렌즈>

 

 제가 이 드라마을 본게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정말 마음을 울리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디어 마이 프렌즈>를 봤을 때 저는 그냥 '노인들 이야기겠지' 하고 별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그런데 첫 회가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났고, 마지막 화를 보고 나서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이 드라마 생각이 납니다. 노희경 작가가 그린 황혼기 인생의 민낯은, 드라마라기보다 제 부모님 세대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1. 황혼기 인간 군상의 진짜 얼굴

 일반적으로 노년을 다루는 드라마라 하면 잔잔하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제 경험상 이 드라마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황혼기(黃昏期), 즉 인생의 저물녘에 접어든 시기를 다루면서도 이 작품은 불편하고 날카롭고, 때로는 민망할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주인공 이모는 시간당 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딸들의 집을 서너 번씩 오갑니다. 딸들의 냉담한 시선에 상처받으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자존감을 놓지 않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주연"이라는 대사 한 줄이 제 가슴에 박혔습니다. 저도 직접 보면서 이 대사 앞에서 오히려 제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드라마 속 친구들은 영정사진(靈幀寫眞)을 재미 삼아 찍습니다. 영정사진이란 사람이 죽은 뒤 장례식장에 놓는 사진을 말하는데, 이것을 웃으며 찍는 장면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곧 이해가 됐습니다. 죽음을 직시하면서 오늘을 더 치열하게 살겠다는 역설, 그게 이 드라마의 핵심 정서입니다.

저도 몇 년 전 암을 이겨낸 경험이 있습니다. 그 시절에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오늘을 살아낸다"는 감각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묵직한 것인지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가장 두려웠던 건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나는 지금 충분히 살고 있었나'라는 질문이었거든요. 이 드라마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노희경 작가는 드라마티즘(dramatism), 즉 일상을 극적 구조 안에서 재해석하는 방식을 즐겨 씁니다. 여기서 드라마티즘이란 평범한 인물의 평범한 하루를 인생 전체의 축소판으로 보는 시각을 의미합니다. 3,000원어치 찻잎을 챙기는 이모의 하루가 왜 그토록 뭉클하게 느껴지는지, 그 이유가 바로 이 드라마티즘에 있습니다.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한국 현대 드라마의 리얼리즘 계보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 영정사진을 웃으며 찍는 장면 — 죽음을 일상으로 끌어안는 방식
  • 시간당 만 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는 이모의 태도
  • 이탈리아 로마에서 출발해 시칠리아로 돌아오는 세계 일주 — 현실 불가능해 보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꿈
  • 암과 치매 앞에서 자신보다 자식을 먼저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
요약: 황혼기 노인들의 일상을 드라마티즘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오늘을 살아낸다'는 감각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입니다.
 

 

2. 인생 드라마가 남긴 것들, 그리고 노희경 작가

 제가 직접 다시 찾아보면서 느낀 건, 이 드라마의 캐스팅이 지금 기준으로 봐도 믿기 어렵다는 겁니다.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 김혜자, 주현까지 — 지금이라면 이 배우들을 한 드라마에 모으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것을 해냈고, 각자의 연기가 서로를 밀어주면서 극의 밀도를 끌어올립니다.

일반적으로 노희경 작가 드라마는 대사가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저는 그 이상이라고 봅니다. 이 드라마의 진짜 힘은 인물들의 내러티브 아크(narrative arc)에 있습니다. 내러티브 아크란 인물이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적 곡선을 말합니다. 이모는 처음에 딸들에게 상처받고 꿈이 현실성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시작하지만, 마지막엔 자기 삶의 주연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해 냅니다. 그 곡선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느 순간 이모가 실존 인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 드라마가 특히 와닿았던 건 부모님 세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입니다. 엄마가 채매 진단을 받았을 때 제가 처음 든 생각이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였다는 사실을 저는 오래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이 드라마는 그 이기심을 정면으로 꺼내 놓습니다. 드라마 속 자식들도 똑같이 그러니까요. 그걸 보면서 제 죄책감이 조금은 인간적인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공감 서사(empathy narrativ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시청자가 인물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경험하게 만드는 서사 방식인데,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 방식에서 국내 드라마 중 손에 꼽힐 만한 수준입니다. 출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시청자 감성 분석 보고서에서도 중장년 시청자의 정서적 몰입도가 가장 높은 드라마 유형으로 가족·노년 서사를 꼽은 바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그 범주에서도 단연 앞자리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나이 들어서 이렇게 서로를 알아주고 다독여 주는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 그게 이 드라마가 가장 부럽게 그려내는 것입니다. 제 주위에도 그런 친구가 있을까 한 번씩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가족이 제일 소중하다는 건 알지만, 가족도 잘 몰라주는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오랜 친구의 자리는 또 다릅니다. 민아가 이모가 솜사탕처럼 사라질까 봐 두려워서 꼭 안는 장면은, 그 친구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없이 보여줍니다.

요약: 노희경 작가의 공감 서사와 배우들의 앙상블이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시청자로 하여금 자기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진짜 인생 드라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디어 마이 프렌즈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넷플릭스와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전편 시청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구작 드라마는 접근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꾸준한 수요 덕분에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지금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을 때도 화질도 나쁘지 않아서 다시 보기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Q. 노희경 작가 드라마 중 디어 마이 프렌즈가 제일 낫나요?

A.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전부 수준이 높아서 순위를 매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괜찮아, 사랑이야>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도 모두 좋지만, 황혼기 인물들의 현실감과 공감 서사 면에서는 <디어 마이 프렌즈>가 가장 밀도 있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드라마부터 보든 실망하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자녀나 부모님과 같이 봐도 괜찮은 드라마인가요?

A. 오히려 함께 보면 더 좋은 드라마입니다. 자식 세대가 부모 입장을 이해하고, 부모 세대가 자식의 이기심을 드라마 안에서 먼저 마주하게 됩니다. 제 경우엔 암 투병 이후 부모님과 이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말로 못 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세대 간 공감 서사가 핵심인 만큼, 가족이 함께 볼수록 울림이 커집니다.

 

Q. 치매나 암이 소재로 나오는데 너무 어둡지 않나요?

A. 치매와 암을 다루지만, 드라마 전체 톤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습니다. 무겁고 힘든 장면 사이에 웃음과 낭만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보는 내내 숨이 막히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삶을 계속하고 싶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비극을 다루는 드라마인데 이상하게 보고 나서 기운이 생기는 경험, 제가 직접 해봤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디어 마이 프렌즈>는 저에게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암을 이겨내고 나서 다시 봤을 때, 그때는 몰랐던 부모님의 마음과 치매의 무게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인생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게 이 드라마 앞에서는 위로가 됩니다.

인생의 마지막 즈음에 나를 알아봐 주고 돌봐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게 이 드라마가 가장 부럽게 그려내는 장면입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부모님과 함께 혹은 혼자서라도 꼭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제 인생 드라마 1순위에 올려놓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9ewolN2U7A